뒤늦게 이동진의 곡성 끝장 평론을 보고 깨달았다. 1년 전 이동진평론과 난 싸웠던 기억이 있다.
이동진 왈"빈 곳을 메꾼 것 만으로 한 영화에 대한 이해가 끝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빈 곳으로 비워두면 영화를 온전히 이해한 것인가? 해석 못하는 것과 외면을 헷갈리는 것은 아닐까?
유기물로 이루어진 생명체는 무언가를 남기려는 본능이 있다.
스크린
에 피사체가
찍혀
있다면 감독이
빈 곳으로
고하였다 할
지라도 평론가는
빈 곳을 세세히 관찰하고 곱씹어 봐야 한다.
창작의 고통과 평론이 같이 놀려고 하더니 급기야 백두대간을 찢을 듯이 당당하다. 한때 빈 곳을 멋으로 본 적이 있다. 밀리언달러베이비의 뿌연
창문 사이로
혼자 식사하는 누군가의 아버지같은 뒷모습이 그러했고 미스슬로건의 승리하였으나 적막
만이 남은 출소가 그러해 보였다
. 그러나 곡성 같은 에너지에
빈 곳은 어울리는 템포가 아니다. 구성 어디를 빈 곳으로 두어야 한단 말인가.
"친일파 일광의 해석은 배제하고 시작하는 이유가 가볍고 얄팍해진다"며 선을 긋는다. 티끌은 태산같이 불려도 깃털은 싫은가 보다. 어쩌면 빈 곳이 친일 관련 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갑자기 떠오른다. 똥이니까 피해야지 하는 조선일보 영화기자의 발로일지도 모른다.
이동진의 화법이 일단 가두리를 치고 그 안에서만 움직이게 하는 수를 부린다. 이런 화법은 연상력을 바보로 만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나홍진 영화는 악마성이 외부로부터 끼어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아 그렇구나! 할 수도 있지만, 마블류나 공포영화 아무거나 떠올려 보면 핵심이라는 단어가 너무 과하다. 곧이어 이와 대척점으로"내면적 악마성은 특정조건의 환경이나, 사이코패스..."를 비교한다. 형과 질의 비교도 썩 와닿지 않고 이런 단순한 분석이 포스트모던영화에 맞는 건가 의문이 생긴다. 그러면서 "악이라는 것은 인간 삶에서 겪어내야 할 수밖에 없는 굉장히 두려운 실존적 삶의 조건 자체다"라고 정의를 내리는데 나홍진 영화 세편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대입시켜 보면 너무 희미하다.
두번째로 세편의 나홍진영화 모두를 염세적 세계관으로 묶는다. 살면서 재밌게 본 한국영화 절반도 염세적 세계관이다. 역시 나오지 않는 여드름을 짜고 있는 느낌이다.
곡성의 굿하는 장면을 여기저기 칭찬하는 글들도 보이고 바닷가에서 실제로 보아온 어떤 분의 글도 보았다. 나도 경험자이지만 다른 감정이 하나 있다. 바로 경외감 이다. 이 부분을 왜 이야기 하느냐 이동진은 굿 자체를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굿이란 기본적으로 쫓아내고 보호하는 것이지 토속신앙 어디에도 살을 날리는 굿은 없다. 유교 중심의 조선 시대에 살을 날린다는 것은 금기시되었고 엄하게 벌하는 중죄이었다. 근거로 장희빈의 저주인형이 인현왕후의 무수리였던 최숙빈에게 발각되어 사약을 받게 된다.(장희빈이 사약을 거부하는 악랄한 모습으로 드라마에 묘사되었지만, 야사일 뿐이다. 숙종실록에는 순수히 자결 명을 따랐다고 기록되어 있다.
-정황상 서인쪽 최숙빈의 음모로 의심된다.)이처럼 토착종교인 무속신앙은 그 범위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홍진은 이 사실을 몰랐을까? 정답은 알고 있었다. 살을 날린다는 것은 강점기를 거쳐 일본에서 들어 온 것을 알고 있었다. 반면 이동진은 "
가볍고 얄팍해 진다"
는 이유로 친일파 일광을 발로 뻥 차버리고 자살골을 넣는 자가당착에 빠져서 열심히 반칙이라고 교차편집을 울먹이지만 이미 골은 들어갔다. 앞서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가 이것이다.
대략 1시간의 감상이다.
(자유)
아침에 익명 찌끄레기가 급발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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