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용 역사학자 SNS

[📝시사] 전우용 역사학자 SNS

불휘기픈남우 2024-10-12 07:22 조회 176 추천 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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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돌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한국 문화’의 수준을 인정하는 지난 몇 년간의 일관된 추세에서 나온 일이라 더 기쁩니다. 197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칠레의 반파시즘 시인 파블로 네루다였습니다. 2년 뒤인 1973년 9월 11일, 칠레에서는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 아옌데를 비롯 수백 명을 살해했습니다. 피노체트는 집권 17년 간 수천 명을 살해하고 수만 명을 잔인하게 고문했습니다. 네루다는 쿠데타 발생 12일 뒤인 9월 23일 사망했습니다. 전립선암을 앓는 몸으로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를 쓰다가 죽었다는 게 통설이지만, 몇 해 전에는 피노체트 일당에게 독살당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피노체트 일당은 그가 ‘좌파 시인’이라는 이유로 공개 장례식도 못 치르게 했고, 군대를 보내 운구 행렬을 감시했습니다. 노벨위원회가 네루다에게 상을 준 것은 그가 ‘좌파’라서가 아니라 ‘탁월한 시인’이라서였는데, 무식하고 야만적인 군사독재 정권은 ‘시’는 보지 못하고 ‘이념’만 문제 삼았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뻐하는 메시지가 온 나라에 넘칩니다. 그러나 광주 5.18을 다뤘다는 이유로 한강 작가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던 자들, 제주 4.3을 남로당원의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자들, 광주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자들까지 ‘자축’하는 걸 보면 칠레의 피노체트 일당이 차라리 ‘지적(知的)’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폭력으로 점철된 민족사의 아픔을 응시, 성찰하여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은 문학작품과, 국가폭력을 두둔하고 피해자들에게 2차, 3차 가해를 자행하면서도 도무지 성찰할 줄 모르는 천박한 속물성이 공존하는 시대가 어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우리 한국인 모두에게 ‘역사적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