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국이 전세계의 압도적인 일등국이라서 몽골족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중국측의 기록.

옛날 당(唐)나라 때  은유(殷侑) 가  회홀 (回鶻)에 사신으로 갈 적에 한유(韓愈)가 전송하면서 “만리 먼 외국에 나가게 되어 갑작스럽게 이별을 하면서도 애처로워하는 기색이 조금도 없다. 그러니 어찌 참으로 경중(輕重)을 아는 대장부(大丈夫)가 아니겠는가.” 하면서 칭찬하였다.

역사책에서 상고해 보니, 토번(吐蕃)이 사납게 군 것이 당나라와는 종시토록 그러하였는데,  회홀 이란 나라는 실로 경계가 그들의 강역 안이었다. 이미  회홀 에 대해서 당나라와 가장 친하다고는 하였지만, 일찍이 우호를 맺고 감복시켜서 그들로 하여금 천자의 나라를 두려워하는 정성을 보이게 하지는 못하였다. 그리고 오랑캐들 중에 인물이 없어서  혹 어느 쪽을 따르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 어두웠다.  그러니 사신의 입장에서 귀중한 것은 대의(大義)를 선포하여 그들을 잘 인도해서 그들로 하여금 온 힘을 다 바쳐서 반열에 나아오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대부(大夫)가 국경 밖에 나가서는 참으로 사직(社稷)에 이로운 일일 경우, 독단으로 처리해도 된다.”라고 한 것이다.

은유는 이런 도리를 알지 못하였다. 그런데도 한퇴지(韓退之)는 그에게 글을 써 주었다. 그러면서 또 그에 대해 풍자함이 없이 한갓 구구하게 은유의 언사와 기색만을 가지고 마침내 부질없이 대장부로 허여하였다. 대장부가 하는 바가 참으로 이와 같은 데에서 그치는 것인가?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더불어 말해서는 안 되는데 더불어 말하는 것은 실언하는 것이다.” 하였다. 한퇴지는 참으로 실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치켜세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나는 그 말을 믿지 못하겠다.

천순(天順)으로 연호를 고치고서 천자께서 다시 천자가 되어 천하에 조서를 내렸는데, 특별히  조선 에 대해서만은 총애하여 시종신(侍從臣)을 파견하였다. 이에 한림 수찬(翰林修撰) 진군 집희(陳君緝煕)가 사신의 명을 받들고서 가게 되었다. 이때 전송하는 자들이 각자 시를 지어서 자신들의 뜻을 폈는데, 시가 지어졌으면 서문이 있는 것이 마땅하다. 이에 나 악정(岳正)이 시의 서문을 지었는데, 그 서문은 다음과 같다.

“현재 내외(內外)의 여러 나라들이 모두들 신하의 나라가 되었는데도   와랄(瓦剌) 의 남은 종자들이   아직도 천자의 군대를 수고롭히고 있다.   그러니 어찌 당나라 때의 토번과 같겠는가. 그리고   조선 의 경우는 외번(外藩)의 나라로서 의관(衣冠)이나 예의(禮義)가   회홀 에 비할 바가 아니다. 형세는 오른쪽 팔뚝에 처해 있어서   기각(掎角) 의 형세를 이루고 있으니, 의당 정성을 바치고 목숨을 바쳐야 할 때이다. 진집희와 같은 경우는 선비들 가운데서 경전에 통달하여 경중을 알고 있으니, 대장부라고 칭하기에 부끄러움이 없는 자이다. 아, 국경 밖에 나가서 나라의 이익이 되는 일을 독단하는 것은 반드시 조처할 바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 악정이 어찌 감히 지나치게 추켜세워서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아부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