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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밸류업’ 본떴지만 일본도 공시 지지부진…증시 도약 “글쎄요”
수정 2024-02-26 21:54 등록 2024-02-26 18:54
베일을 벗은 ‘밸류업’(value-up) 지원 방안을 두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미지수인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으로 꼽혀온 지배구조 개선안도 ‘물음표’로 남은 탓이다. 일본과 달리 거시경제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인 터라 당분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26일 금융위원회와 일본거래소그룹(JPX)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까지 일본 도쿄거래소에 ‘밸류업’ 공시를 완료한 곳은 대상 기업 중 28%였다. 도쿄거래소는 지난해 3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이하인 상장사들에 개선 계획을 수립해 공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참여율이 30%를 밑돈 것이다. 구체적으로 프라임 시장에서는 49%, 스탠더드 시장에서는 19%가 공시에 참여했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움직임이 시장 전체로 확산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일본의 프로그램을 본떠온 금융위도 기업들의 참여도를 두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이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수익성 제고와 주주 환원 확대 등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밸류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핵심 인센티브로 제시한 세제 지원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은 터라 기업들의 참여도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관련해서 세제 지원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배당 세제와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문제에도 주목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는 미흡한 주주 환원, 저조한 수익성·성장성과 함께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지배주주가 회사를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할 유인은 많은 반면, 이사회나 소액주주의 지배주주 견제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자본시장연구원이 낸 보고서를 보면, 한국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신뢰 부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당국도 이런 점을 고려해 오는 6월 발표할 기업가치 제고 공시 가이드라인에 지배구조 관련 항목을 포함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하기로 했다.
관건은 이런 방식으로 충분한 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다. 일본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상장 규제를 강화해 상호출자 문제를 개선하고 사외이사 독립성을 강화하는 등 구조적 개선책을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올해 중에 지배구조 개혁 방안이나 선진화 방안도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며 “현재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거시경제 환경이 뒷받침해주지 않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일본의 경우 ‘마이너스 정책금리’와 엔화의 이례적 약세도 주가 상승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완화적 통화정책과 엔저 현상 덕에 일본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본 외국인들이 지난해 일본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였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디플레이션 대응 차원에서 2013년 시작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금융완화 정책도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중앙은행은 상장지수펀드(ETF)를 꾸준히 사들여 최근 시가 기준으로 70조엔(약 620조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한국의 최근 상황과는 차이가 큰 셈이다. 한국에서는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고상범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여러 거시경제 환경이 아우러져야 한다는 측면도 있다”며 “주가가 단기적으로 확 오른다기보다는 점진적인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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