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홍명보 선임사태에 의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들은 왜 저렇게 투사처럼 말하나.
한국 축구를 위한 결정, 자신을 희생한다 등등
자기들 카르텔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세간의 평가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대체 저들의 공감대는 뭘까... 그게 제가 생각한 포인트였습니다.
이번에 청문회 보면서 그 답을 찾았는데 저들은 스스로도 속이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결국 저들이 공유하고 있는 생각은 한국 축구가 안되는 이유는 수준 낮고 극성인 한국 국민들과 축구팬들 때문이라는 겁니다.
타임라인을 쭉 대강 훑어볼게요.
벤투호가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냈죠.
하지만 정몽규는 시스템에 의해 선임된 벤투가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정계 진출이든 아니면 피파 위원이든 4선이든 그게 뭐든간에 정치적으로 다음 스텝을 보고 있는 정몽규로서는 자신만의 히딩크가 필요했죠
뢰브를 르베라고 읽을 정도로 축구를 모르는 정몽규는 명성만 높은 클린스만이라면 자기도 히딩크와 정몽준처럼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클린스만을 독단으로 선임합니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클린스만은 실패.
여기서부터 정몽규와 그들의 심각한 인지부조화가 시작됩니다.
그들은 생각했겠죠
자기들은 잘못하지 않았고, 클린스만은 실패하지 않았다고. 우리가 언제부터 아시안컵을 우승했냐고.
좀만 더 기회를 주고, 언론이 좀만 더 조용해주고, 국민들이 좀만 참아줬으면 분명히 아시안컵에서, 미래의 월드컵에서 결과를 냈을텐데 한국 축구팬들이 극성이라 그렇게 못했다고.
결국 이번 실패의 책임은 자기들이 아니라 유난하고 유별난 국민들 탓이다.
제시마치, 바그너, 포옛 같은 외국인 감독 선임해봤자 그들은 이런 극성인 한국인들의 정서를 모르니 다 클린스만처럼 될거다
결국 유별난 한국 축구팬들을 경험해봤고,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국내감독이며 현재로서는 홍명보 뿐이다
그러니까 그들이 하고싶은 말은 클린스만은 (극성인 한국인을 감당 못하는)해외감독이라 실패한거다. 입니다.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라.
새 감독 선임조차도 이전 실패를 변명하고, 지들 논리를 납득시키려는 용도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투사가 된겁니다. 차마 국민들 축구팬들 너희가 문제인 거라고 말할수가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그게 진실이지만 그걸 내뱉을 수는 없으니까 그냥 국민들이 던지는 돌 맞으면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우리끼리 어깨 걸고 나가겠다
그러니까 한국축구를 위해 나를 버렸다. 이딴 소리가 나오는거겠죠.
이번에 청문회 보면서 제 생각은 잘 정리됐는데 글이 잘 정리된지는 모르겠네요.
결국 자기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지부조화가 지금 벌어지는 사태의 원흉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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