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노조도 있습니다... 홈플러스 노조 "어려운 회사 위해 월급 안 받겠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6/05/04/SOCZJG4VRJHL5LX2XQHLQASA7A/

지난달 30일 경기 광명시 KTX광명역 대회의실에서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 정기 대의원 대회가 열렸다. 대의원들이 ‘홈플러스 기업 회생, 지켜내자 생존권’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었다. 노조는 “직원 월급을 포기해서라도 영업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
“노동자들에게 월급은 피와 땀의 결정체이지만, 지금 회사가 무너지면 그마저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은 지난달 30일 소속 노조원 1400여 명의 월급 수령을 포기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서울회생법원은 원래 5월 4일이었던 홈플러스 회생 계획안 가결 시한을 두 달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회생 계획안을 마련할 시간을 두 달 벌게 된 상황에서 홈플러스 일반노조가 노동의 대가인 월급을 포기하겠다며 회생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나온 것이다. 노조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홈플러스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의 대가인 월급을 포기하고, 해당 재원이 전액 영업 정상화 및 상품 공급에 투입될 것을 촉구한다”며 “이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가장 뼈아픈 희생”이라고 했다.
홈플러스 일반노조는 한국 유통업계에서 상징적인 존재다. 1997년 한국 까르푸 노조로 출범해 내년이면 30주년을 맞는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 마트 3사 중에선 가장 먼저 설립된 노조다. 한때 강성 노조로 꼽혔다.

그래픽=이진영
여기엔 사연이 있다. 까르푸는 2006년 국내에서 철수했고 이랜드가 이를 인수해 ‘홈에버’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랜드는 2007년 홈에버 비정규직 계산원 등 1000여 명을 해고하려 했다. 이에 대항해 노조원들은 512일간 파업했고, 결국 노사는 비정규직 2000여 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이 일은 영화 ‘카트’, 웹툰 ‘송곳’의 소재가 됐다. 이후 2008년 삼성물산·테스코의 합작사 삼성테스코가 홈에버를 인수하며 이름이 홈플러스로 바뀌었고, 이후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다시 이를 인수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회사 소유주가 여러 차례 바뀌면서 노동자들은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 등 고용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홈플러스 일반노조는 2019년에도 노조 소속 무기계약직 3000여 명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경영 악화로 1년 이상 기업 회생 절차가 진행되고, 이마저도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자 노조가 나서 월급까지 포기하고 영업 정상화에 전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이다. 이들이 포기하는 월급은 직급에 따라 월 200만~600만원이다. 홈플러스 일반노조 관계자는 “까르푸 시절부터 지켜봤지만 지금처럼 아예 납품이 들어오지 않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평균 근속 15년이 넘는 직원들이 대승적으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홈플러스 회생 전망은 불투명하다. 홈플러스는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이 득세하면서 경영이 지속적으로 악화된 끝에 지난해 3월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자금 부족으로 거래처 납품 대금과 입점 업체 판매 대금이 밀리면서 서울 강서본점 등 핵심 점포에서도 매대가 비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반노조에 따르면 현재는 PB(자체 브랜드) 상품 위주로 매대를 채우고 있고, 매출은 평소의 30% 수준이다.
홈플러스 직원 수는 희망퇴직 등으로 작년 2월 1만9924명에서 지난달 1만6450명으로 17% 줄었다. 회사 측은 올해 안에 부실 점포 19곳도 추가 폐점할 예정이다. 회사 전체를 파는 이른바 통매각은 무산됐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수퍼마켓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작년만 해도 7000억원이었던 익스프레스 매각 희망가는 현재 2000억원 안팎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억대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요구한 삼성전자 노조는 이들에게는 다른 세상 얘기다. 홈플러스 일반노조의 한 조합원은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야 투자도 하고, 고용도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라며 “회사부터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월급까지 포기한 입장에서 삼성전자 노조를 보면 박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의 호실적이든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든, 직원들의 근태(勤怠)보다는 시장 흐름에 따른 결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시장 흐름과 산업 경쟁력에 따라 정규직 노동자들도 양극화하는 등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