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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스페인한테 멸망당한 원주민, 관체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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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왕게
2026-05-09 () 00:07조회 : 2600추천 : 13

북아프리카의 서쪽에서 약 100km 떨어진 대서양에는 카나리아 제도라는 7개의 섬들이 있습니다.

카나리아 제도의 위치를 나타낸 지도.png

이 섬들에는 기원전 1천 년부터 관체족이라 불리는 원주민들이 살았는데, 이들은 원래 북아프리카에 살던 베르베르족 계열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2017년에 관체족의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그들과 가장 유전적으로 가까운 인종이 베르베르족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관체족들의 모습을 축소하여 복원한 모형.jpg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관체족들이 배를 타고 카나리아 제도로 이주했음에도 그 이후에는 배를 타고 외부로 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사정으로 관체족은 섬 안에 갇인 채로 살았고, 금속을 다루거나 사용할 줄 모르는 석기시대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페니키아와 카르타고, 로마와 아랍 같은 외부인들은 가끔 카나리아 제도를 방문했지만 섬에 정착하려는 시도는 없었습니다. 1150년 무렵 아랍의 지리학자인 무하마드 알 이드리시는 카나리아 제도에 대해 “그들은 키가 크고 엷은 갈색의 긴 머리카락을 지녔으며,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드물게 있다.”라고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14세기부터 배를 타고 해외로 나가려는 유럽인들이 카나리아 제도를 장거리 항해에 필요한 중간 거점으로 삼고 아울러 관체족들을 붙잡아 노예로 팔려는 목적으로 카나리아 제도를 점령하려 들면서 관체족들한테는 재앙이 들이닥쳤습니다.

 

1341년 포르투갈 국왕 알폰소 4세의 지시를 받은 이탈리아 제노바의 탐험가인 니콜로소 다 레코가 군대를 이끌고 카나리아 제도를 공격하였습니다. 이는 카나리아 제도를 정복하려는 유럽인들의 첫 번째 움직임이었습니다.

 

그리고 1402년 프랑스 귀족 장 드 베텐구르가 카나리아 제도를 정복하기 위해 원정대를 이끌고 나섰습니다. 베텐구르는 직물 공장과 염색 공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카나리아 제도에서는 올세인 같이 이끼에서 추출되는 염료의 원료가 풍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용혈수에서 추출한 용혈 분말 가루.jpg

 

베텐구르의 원정대는 1402년 여름 카나리아 제도의 란사로테 섬에 도착했고, 섬의 원주민들과 족장인 구아달피아는 저항이 무리라고 판단해서 항복했습니다. 베텐구르는 섬에 요새를 건설했지만, 얼마 못가 식량이 부족하고 원정군 사이에서 내분이 벌어져 프랑스로 철수하였습니다.

 

결국 카나리아 제도를 정복한 것은 오늘날 스페인의 뿌리가 된 카스티야 왕국이었습니다. 카스티야 왕국은 카나리아 제도가 7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고, 관체족들이 오랫동안 고립되어 살다보니 다른 섬에 사는 관체족들과 동족 의식이 전혀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자신들한테 협조하거나 항복한 관체족들을 앞세워 반항적인 관체족들을 정복해 나갔습니다.

 

물론 관체족 중에서도 자신들을 노예로 삼으려는 카스티야 왕국에 맞서 저항한 지도자가 있었는데, 바로 벤코모와 틴구아로 형제였습니다. 벤코모는 테네리페 섬의 멘시(관체족의 지도자를 부르는 호칭)였고, 틴구아로는 벤코모의 이복형제였습니다.

 

이 두 형제가 지휘한 관체족 전사들은 1494년 5월 31일 테네리페 섬에서 벌어진 1차 아센테호 전투에서 놀랍게도 카스티야 군대의 대부분을 전사시키는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당시 카스티야 군대는 팔탄 계곡으로 들어가다가 경사면에서 관체족들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때 관체족들은 불에 달군 나무 창과 돌팔매 같은 원시적인 무기밖에 없었는데, 기마병과 쇠 갑옷과 방패에 대포와 산탄총까지 갖춘 1120명의 카스티야 군대를 상대로 싸웠습니다.

숲이 울창한 계곡에서 벌어진 전투여서 기마병이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고, 그 결과 무려 900~1000명의 카스티야 군사들이 전쟁터에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1차 아센테호 전투를 상상한 그림.jpg

 

하지만 1494년 11월 14~15일에 벌어진 아구에레 평원의 전투에서는 관체족들이 참패했습니다. 카스티야의 강력한 기병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넓은 평원에서 싸웠던 것이 패배의 원인이었습니다.

벤코모와 틴구아로는 중상을 입고 고지로 후퇴했으나, 미리 매복하고 있던 카스티야 군대한테 발각되었고, 벤코모는 다른 관체족 전사들과 함께 카스티야 군사들의 칼에 찔려 죽었습니다. 틴구아로는 이틀 동안 더 살아있다가 상처가 악화되어 죽었습니다.

이 아구에레 평원 전투에 동원된 관체족 전사들은 무려 11,000명에 달했으니 그만큼 패배의 결과도 치명적이었습니다.

 

그리고 1494년 12월 25일 벌어진 2차 아센테호 전투에서 관체족의 마지막 멘시였던 벤토르가 이끄는 6천 명의 관체족 전사들도 끝내 카스티야 군대에게 패배하였습니다. 벤토르는 노예로 잡혀가지 않기 위해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자살하였습니다.

 

이리하여 카나리아 제도는 모두 카스티야 군대에 점령당했고, 저항하다 죽지 않고 포로로 잡힌 관체족들은 노예로 끌려갔으며, 카스티야에 협조하여 살아남은 소수의 관체족들은 그 후 스페인인들과 오랫동안 혼혈을 하는 바람에 자신들의 언어와 종교도 모두 잊어버리고 스페인에 동화되어 소멸되었습니다.

세계의 판타지 백과사전 겉표지 사진.jpg

출처: 세계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177~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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