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미용실 썰 4

치킨 상자가 열리고 맥주 캔이 부딪혔음.
알코올이 들어가자 긴장감은 금방 느슨해졌음.
지영은 집안이라 편하고 얇은 반바지로 갈아입었고, 나에게 반바지를 권했을 때 나는 일부러 거절했음.
편한 옷을 갈아 입으면 어떻게 될지가 뻔했음.
나는 의도적으로 지영의 맨살을 피해 시선을 식탁 위의 치킨 조각과 맥주 캔에만 고정하고 있었음.
겉으로는 평온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적당히 먹고 돌아가야 한다'는 방어선을 치고 있었음.
그때, 맥주 캔을 만지작거리던 지영이 슬쩍 웃으며 말했음.
"너 아까부터 내 눈 절대 안 마주치는 거 알아? 치킨에 구멍 뚫리겠다."
정곡을 찔린 나는 당황해서
"아니야, 뭘 안 마주쳐."
라고 핑계를 대려 했음.
하지만 지영은 대답 대신 팔꿈치를 한 뼘 앞으로 디디며 상체를 숙여 내게 다가왔음.
옅은 샴푸 향이 아찔했음.
그리고 나직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어.
"미용실에서는 거울로 내 다리 엄청 훔쳐봤으면서. 단둘이 있으니까 무섭나 봐?"
심장이 덜컥,
내가 숨겨왔다고 믿었던 은밀한 시선.
동현과 풋살 얘기를 나누면서도 곁눈질로 훔쳐본적이 있었음.
그녀의 뒷트임 긴치마와 그 아래로 보이던 새하얀 종아리와 발목.
그리고 그 위로는 뭐가 있을까 혼자서 상상했던 적이 있었음.
그 시선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거임.
당황해서 굳어버린 내 손에서, 지영이 맥주 캔을 스윽 빼앗았음.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며 한마디를 더 했음.
"사람이 술 마시면 취해서 실수도 할 수 있고..."
손을 뻗어 내 귀를 만지며 말을 이어갔음.
"내가 마음이 쫌 넓어서 특별히 너는, 실수해도 적당히 모른 척해줄 수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