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미용실 썰 8

바지 틈을 파고든 물기를 머금은 차가운 질감이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와 마구 헤집었음.
이어 귓가에 뜨거운 숨결과 함께 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음.
"손님. 미용실에서 못된 장난하면 혼나요."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숨소리.
"하아..."
샴푸실 안은 샤워기 물소리만 들리고 있었음.
조용한 샴푸실에서 수건으로 눈이 가려진 나는 무방비 상태였어.
그녀가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음.
바스락거리며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조금 들리는가 싶더니
내 손을 붙잡아 손바닥을 펴고 무언가를 쥐어줬음.
축축한 얇은 천과 플라스틱 덩어리를 한 번 만져보라며 손바닥에 꼭 쥐여주더니,
곧 다시 빼앗아 어딘가에 내려놓는 소리.
이어 익숙한 손길이 지퍼를 내리고 천 조각을 아래로 내렸음.
입술에 달큰한 맛이 느껴지더니 곧 목덜미 주위를 축축하고 끈적한 감각이 헤집기 시작했음.
그리고 예상 못한 타이밍에 하반신에 부드럽게 닿아오는, 물기를 머금은 차가운 질감.
찰박거리는 물소리 위로 질척이는 마찰음이 겹쳐 들리기 시작했어.
몇 번인가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금방 멈췄음.
종일 가위질을 한 탓인지 팔이 아픈 듯 끙끙댔음.
지영이는 단둘이 있는 공간인데도 귓가에 대고 속삭이며 말했음.
"손님, 움직이거나 수건 치우면 물 뿌릴 거야. 그리고 자꾸 바둥대면 굴러떨어지니까 가만히 있어."
곧 버튼이 눌리는 딸깍 소리와 함께 샴푸 의자가 웅웅 소리를 내며 높아지는 게 느껴졌음.
움직이려면 충분히 움직일 수 있었지만, 이 장난이 꽤나 기분이 좋았음.
가만히 누워 그저 즐기기로 했음.
이윽고 지영이가 조금 떨어지는 기척이 느껴지고
잠시 정적이 흘렀음.
곧 느껴지는 뜨겁고 촉촉한 느낌.
끄트머리부터 천천히 나를 집어삼켰음.
따끈하고 촉촉한 느낌으로 가득한 안쪽에서는 한 마리 뱀이 나를 휘어 감고 꿈틀댔음.
이빨로 살살 긁는 듯하면서 깊게 꿀꺽 삼키고, 이내 뱀이 꿈틀대기를 반복하며
동시에 더 아래에서는 네일팁의 딱딱한 질감이 예민한 주머니를 살살 긁기 시작했음.
시각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청각과 촉각만이 한껏 예민해진 나는 이내 쏟아내고 말았음.
곧 지영이 입을 손으로 막고는 티슈를 잡아 들었음.
상황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
지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수건을 걷어내고 젖은 머리칼을 대충 털어주었음.
숨을 고르며 몸을 일으키자, 지영이 내 손목을 잡아끌었어.
샴푸실을 벗어나 미용실 홀의 손님 대기실 소파로 자리를 옮겼음.
대기실에서 보인 미용실은 바깥 셔터가 내려진 채로 고요했음.
셔터 바깥으로 가끔 차가 빵빵거리는 소리와 취객의 고성이 들릴 뿐.
셔터를 내리는 것부터가 설계였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샴푸실 정리를 마친 지영이 어느샌가 다가왔음.
그대로 소파 위로 올라와 내 위로 다리를 벌리고 앉았어.
남색의 긴치마가 말려 올라가며 드러난 새하얀 맨살이 눈부셨음.
마주 앉아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로 은은한 머스크 향과 미용실 특유의 약품 냄새를 흠뻑 들이마시며
지영에게 천천히, 깊게 빠져들어갔음.
좁은 소파 위에서 움직일 때마다 가죽 시트가 삐걱이는 소리를 냈어.
거친 숨결이 섞이는 와중에 지영이 내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속삭였음.
"어때요, 손님? 상상하던 그 미용사 판타지랑 비슷해?"
나는 피식 실소를 터뜨렸어.
그리고 그녀의 허리를 바짝 잡아당기며 대답했음.
"상상 이상이야. 원장님 너무 맛있어."
둘 다 피곤에 지친 탓에 금방 마무리되었음.
샴푸실에서 쏟아낸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사정 없이 그대로 끝났음.
그저 서로 입술을 맛보고는 살짝 떨어져 바라보며 웃고는 그대로 겹쳐져 늘어졌음.
좁은 소파 위로 노곤함이 잔뜩 내려앉았음.
열기가 가라앉고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새 1시가 넘어가는 늦은 시간.
미용실의 뒷정리를 대충 끝낸 지영이 피곤한 얼굴로 기지개를 켰음.
차로 5분 거리인 지영의 집이지만 걸어서 돌아가기엔 늦고 애매한 시간.
"오늘은 너무 늦었다. 피곤한데..."
지영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말했음.
"그냥 네 집으로 가자. 가깝잖아."
나는 거절하지 않았고, 우리는 새벽 공기를 가르며 내 집으로 향했어.
다음 날 아침.
평소처럼 세수를 하러 들어간 화장실 세면대 앞.
항상 똑같은 자리에 꽂혀 있던 내 칫솔 옆으로, 어제저녁에 산 듯한 낯선 새 칫솔 하나가 나란히 꽂혀 있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