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법원도 트럼프 ‘브레이크’…이민·관세 잇단 제동에 국정동력 흔들

출생시민권 제한·상호관세 잇따라 무효 판단
우편투표·성추행 사건도 불리한 판결 이어져
배럿·로버츠 등 보수 대법관도 다수 의견 동조
‘친트럼프 법원’ 기대와 거리, 마가세력 ‘배신감’
미 연방 하원의 민주당 소속 히스패닉 의원단이 30일(현지시간) 대법원의 ‘출생시민권 금지’ 위헌 판단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구축한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이 핵심 국정과제에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강경 이민정책의 상징인 출생시민권 제한과 핵심 경제정책인 상호관세가 모두 법원에서 제동을 받은 데 이어 선거제도와 개인 소송에서도 잇달아 불리한 판단이 나오면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연방대법원은 3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지 못하도록 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미국 영토에서 출생한 사람에게 시민권을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4조를 침해한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었다.
이번 판결은 보수 성향 6명, 진보 성향 3명으로 구성된 대법원에서 진보 대법관 3명에 보수 대법관 3명이 가세해 내려졌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행정명령이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현행 연방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다수 의견에 합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해 1월 20일 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불법 이민 차단 정책을 본격화했다. 민주당 소속 주정부들이 소송을 제기해 하급심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지난 4월에는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대법원 공개변론에 직접 출석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최종 판단을 뒤집지는 못했다.
이번 결정은 법률적 의미뿐 아니라 정치적 상징성도 크다는 평가다. 출생시민권 제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정책을 대표하는 공약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미국에 큰 불행”이라며 “의회는 비용이 많이 들고 불공정한 출생시민권 제도를 끝내기 위한 입법을 즉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진핑 주석과 중국이 출생시민권 문제에서 엄청난 승리를 거뒀다”고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판결을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중국 부유층 등이 원정출산을 통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왔다고 주장해왔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2월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해당 조치를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의 글로벌 신규 관세를 도입했고, 조만간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관세체계를 내놓을 계획이다.
출생시민권과 상호관세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이후 가장 역점을 둔 정책이라는 점에서 대법원이 행정부 권한 행사에 일정한 한계를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보수 성향 대법관들까지 일부 사건에서 진보 성향 대법관들과 의견을 같이하면서 ‘보수 우위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최근 대법원은 다른 주요 사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잇따라 불리한 결정을 내렸다.
전날에는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를 유효표로 인정하는 일부 주의 선거제도가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와 미시시피주 공화당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관 5명의 다수 의견으로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날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이 제기한 성추행 사건의 배상 판결을 재심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도 기각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캐럴에게 500만달러를 배상하도록 한 기존 판결이 그대로 유지됐다.
또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의 해임을 둘러싼 사건에서도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직위를 유지하도록 결정해 행정부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다만 대법원이 모든 사안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한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독립기관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 권한을 폭넓게 인정했고, 일부 주의 트랜스젠더 학생의 여성 스포츠팀 참가 금지법을 합헌으로 판단하는 등 보수 성향이 반영된 판결도 잇따라 내놓았다. 공화당이 추진한 정당 선거지출 제한 무효화 소송에서도 공화당 측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동안 세 차례의 대법관 임명 기회를 모두 활용해 현재의 6대3 보수 우위 구도를 만들었다.
실제로 대법원은 대통령 면책특권 인정, 낙태권 판례 변경 등 주요 사건에서 트럼프 진영에 유리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판결들은 보수 성향 대법원이라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의 한계를 벗어난 행정부 권한 행사까지 일방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배럿 대법관은 상호관세와 출생시민권, 우편투표 등 주요 사건에서 잇따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다수 의견에 합류하면서 강성 지지층의 집중적인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연방대법원의 연속 판결은 ‘보수 우위=친트럼프’라는 단순한 구도가 성립하지 않음을 다시 확인시켜 준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들조차 헌법과 법률의 명문 규정을 넘어서는 행정부 권한 확대에는 선을 긋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관세 등 핵심 정책은 행정부 권한보다 의회의 입법을 통한 정당성 확보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9/0003034580
또람프 혈압 오르겠다…..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