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학교는 어떤 곳이었을까

본인은 고등학교 교사로 15년째 근무 중입니다.
교직에서는 이제 막 중견급으로 진입할까 말까한 그런 경력이지요.
요즘 참교육이 화제가 되고 교권 추락이네 뭐니 하지만 잘 실감은 안 납니다.
뉴스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은 사실 교사들 사이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니까요.
간혹 학교에 대한 글이나 기사가 오면 아무래도 현직에 있는지라 눈여겨 보고는 있습니다.
그중 현재의 교권 추락이 ‘옛날 교사들이 잘못해서 그런거다’라는 견해가 종종 보이더라고요.
작년까지는 역사가 좀 있는 남고에서 근무를 했고, 올해는 신설 남녀공학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요.
남고에서의 경험이 참 특별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있는 지역에서 그 학교 이름은 꽤나 유명해요. 전통이 있는 학교였거든요.
다만 학생들이 공부는 아주 오지게 못 합니다.
수능 3등급(21퍼 이내)이 10퍼센트도 되지 않는 학교였죠.
흔히 동문회라고 하죠. 그 학교가 동문회가 굉장히 막강한 학교였어요.
학교에서도 교사의 담당 업무 중 하나로 동문회 업무가 있을 정도였죠. 그만큼 학교에 관심이 많고 해주는 것도 많았습니다.
일례로, 동문회에서 전교생에게 학교 로고를 넣은 외투를 맞춰주었습니다. 교직원들에게도 모두 하나씩 맞춰주었죠.
전교생이 많은 학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2천만원 이상은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또한,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 등을 갈 때,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가 있으면 동문회에 이야기 합니다.
그럼 또 이런 저런 이유로 장학금을 줘서 아이가 돈 걱정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심지어 별일 없어도 그냥 장학금이 내려옵니다. 졸업생 누구누구가 후배들에게 써달라고 장학금을 기부했다고 하면서요.
담임 입장에선 솔직히 감사하죠.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학생은 많고, 공부는 못해도 인성이 바른 아이들은 더 많거든요.
저도 남고를 졸업했지만 이 문화가 굉장히 멋있고 존경스러웠어요.
전 졸업 후 제가 다닌 학교에 기여를 하지 않았거든요. 동문회비도 안 냈고요.
학교에서는 외투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위해 증정식을 계획해서 동문회 초청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말이 증정식이지 전교생 모아두고 조회하듯이 선배들이 몇마디, 교장샘이 몇 마디 하는 행사였어요.
그때 나이 지긋이 드신 어르신이 동문회 대표로 오셔서 하시는 말이
‘나는 내가 어렸을 때 이 학교에서 꿈을 키웠고, 그 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여러분들도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학교에서 우리가 준 외투를 입고 소중한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 비록 길에서 만나면 서로가 누군지도 모를 관계이지만, 같은 학교를 다녔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여러분들에게 큰 친밀감을 느낀다’
자세히는 기억 안 나지만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게 제게는 되게 충격이었어요.
증정식에서 하는 말이기에 어느 정도 꾸며낸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꽤나 이 학교를 사랑하는게 느껴졌거든요.
몇 천만원에 해당하는 돈을 후배들에게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동문회에서 말하길, 아주 성공해서 동문회비로 큰 돈을 턱턱 내놓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다수는 평범하게 살면서 몇 만원씩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대다수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교장선생님이 그 학교 졸업생이면서 그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도 했던 분이었는데,
아직도 제자들과 정기적으로 연락과 모임을 가진다고 합니다. 그 제자들이 저보다도 더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구요.
과연 옛날 학교가 학생 인권을 무시하는 곳이었을까요
과연 옛날 교사가 기본 이하의 인성을 가지고 막 나가는 그런 분들이었을까요.
아닌 분들이야 물론 있었겠지만 그래도 더 많은 수의 교사는 적은 월급에도 학생들과 호흡하고 생활했던 분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토를 보다보면 옛날 학교에 대한 이미지는 거진 다 나쁜 것 같아서 솔직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전 학교가 참 좋은데…
참교육도 그렇고,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과연 뭘 조사하고 대본을 썼나 싶을 정도로 학교를 이상한 곳으로 만들어 놔서…좀 거부감이 듭니다.
제가 근무한 학교들은 교사 입장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이지 딱히 좋은 학교도, 나쁜 학교도 아니었거든요.
교사가 아닌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학교에 대한 긍정적 이야기를 하는데(실제로도 그렇고요)
이상하게 학교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서 속상한 교사의 푸념이었습니다.
